이번주에 배운 것
어디에도 매이지 않은 강아지 본문
소울 플랜트라고 한때 팬케이크를 먹으러 몇 번 들렀던 동네 카페에 오랜만에 들렀다. 그런데 개인사정으로 휴업한다는 공지가 붙어 있었고, 나는 비플랜으로 내정해뒀던 인근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. 그 동네는 빌라로 이루어진 주택가인데 주차 상황이 좋지 않아 평일 낮인데도 빈 곳 없이 모두 차로 빽빽했다. 그런데 한 빨간색 차의 주인이 골목 코너를 돌다 말고 차창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. 그의 시선 끝에는 옷을 입은 말티즈 한 마리가 있었고, 말티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주변을 킁킁거리던 행동을 멈추고 빤히 나를 쳐다보았다. 당혹스러웠다. 뒤를 돌아보니 차주 역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. 나는 내가 강아지 주인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무표정하게 강아지를 응시하다가 - 한편으로는 너무 차가운 사람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싶어 꽤 오랫동안 쳐다보다가 - 이내 골목길 아래로 내려갔다. 뒤를 돌아보니 차주는 여전히 강아지 쪽을 힐끔거리다가 결국 길을 떠나고 있었다. 그런데 웬 중년 여성이 십여미터 아래쪽에서 혹시 강아지 못 보셨냐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. 나는 옷 입은 강아지라면 소화전 근처에 있다며, 얼른 가보시라고 강하게 말했다. 그러나 중년 여성은 강아지 이름을 크고 애타게 외치기만 할뿐 그쪽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. 그러면서 나에게 변명하듯이 덧붙였다. 우리 강아지가 집밖에서만 화장실을 가서... 나는 동네 카페로 걸어오는 동안 무심결에 밟을 뻔했던 작은 개똥을 떠올렸다. 그리고 꽤 오랫동안 나와 눈이 마주쳤던 빨간색 차의 주인에 대해 생각했다. 슬프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.